현대인들에게 집은 휴식의 공간이자 자산 증식의 수단인 부동산으로 여겨집니다. 아파트 평수와 브랜드, 역세권 여부가 그 집의 가치를 결정짓는 절대적인 척도가 되었죠. 하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조상들에게 집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한국 가옥은 인간만이 점유하는 배타적인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대문부터 마루, 부엌, 장독대, 심지어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집안 곳곳에는 그 구역을 관장하는 신들이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가신 신앙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전근대 시대의 미신이라고 치부하기엔, 이 신들의 배치와 역할 분담이 너무나 정교합니다. 종교학자 엘리아데가 말한 성(Sacred)과 속(Profane)의 개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전통 가옥은 거대한 종교적 우주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