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가 끝난 후, 고인이 남긴 옷과 물건을 불태우는 행위에는 어떤 영적, 심리학적 의미가 있을까요? 물건을 영혼의 껍데기로 보았던 애니미즘적 시각과, 불(火)을 통해 이승과의 단절을 완성하는 유품 소각의 인류학적 메커니즘을 파헤칩니다. 장례식장에서 고인을 떠나보내는 일보다 어쩌면 더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은, 모든 의식이 끝나고 돌아온 텅 빈 방에서 고인의 체취가 짙게 밴 옷과 쓰던 물건들을 마주하는 순간일 것입니다. 손때 묻은 안경, 즐겨 입던 외투, 신발장 한구석을 차지한 구두를 보면 고인이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 착각에 휩싸입니다. 산 자들은 미련과 슬픔 때문에 그 물건들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으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 상례와 무속 신앙에서는 장례를 마치면 고인의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