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세배 손 위치가 헷갈리시나요? 남좌여우(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의 유래와 산 사람에게는 1번만 절하는 음양오행의 원리를 분석합니다. 제사 때 손 위치가 뒤집히는 오컬트적 이유까지, 세배 예절의 비밀을 확인하세요.

설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릴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절을 하려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남자가 왼손이 위였나? 오른손이 위였나? 여자는 반대라고 했던가?
매년 검색창에 세배 하는 법과 손 위치를 검색해 보지만, 돌아서면 까먹기 일쑤입니다. 단순히 남좌여우(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라고 암기식으로 외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예법은 단순한 규칙의 나열이 아닙니다. 내 몸을 통해 하늘(양)과 땅(음)의 이치를 표현하는 고도의 철학적 퍼포먼스입니다.
오늘은 헷갈리는 세배 예절 속에 숨겨진 음양오행의 원리를 파헤쳐 봅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평생 헷갈리지 않는 것은 물론, 어른들께 예법을 제대로 아는구나라는 칭찬까지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왜 산 사람에게는 1번만 절할까?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절의 횟수입니다.
제사를 지낼 때는 조상님께 두 번 절(재배)을 하는데,
왜 설날 세배는 한 번(단배)만 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동양의 수비학과 생사관이 담겨 있습니다.
동양 철학에서 숫자 1은 양(陽)의 숫자입니다.
이는 시작, 생명,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진행형(ing)'을 상징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생명이 계속 이어져야 하기에, 양의 숫자인 1번만 절을 하여 당신의 삶이 1처럼 계속되기를(장수) 기원하는 것입니다.
반면 숫자 2는 음(陰)의 숫자입니다.
이는 땅, 완성, 그리고 끝(죽음)을 상징합니다. 짝수는 닫힌 구조를 가지기에, 죽은 자는 삶이 종결되었음을 인정하여 음의 숫자인 2번 절을 합니다. (단, 불교에서 부처님께 3번 절을 하는 것은 삼보에 귀의한다는 종교적 의미로 예외입니다.)
따라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존경의 표시라며 2번, 3번 절을 하는 것은 큰 실례입니다. 그것은 무의식중에 상대방을 죽은 사람 취급하거나 빨리 돌아가시라는 저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 남좌여우(男左女右)의 비밀
절을 할 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는 자세를 공수(拱手)라고 합니다.

이때 손의 위아래 위치를 결정하는 원칙이 바로 남좌여우(男左女右)입니다. 평상시나 경사스러운 날(설날, 잔치)에는 남자는 왼손이 위로,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게 잡습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이것은 우주의 방위와 에너지의 흐름을 따르는 것입니다.
- 동쪽(East) = 태양(Sun) = 양(Yang) = 남자(Male) = 왼쪽(Left)
- 서쪽(West) = 달(Moon) = 음(Yin) = 여자(Female) = 오른쪽(Right)
동양에서는 해가 뜨는 동쪽을 생명의 근원이자 양기의 시작으로 보았습니다.
남자는 양(陽)의 기운을 타고난 존재로 여겨졌기에,
양의 방위인 동쪽, 즉 왼손을 위로 하여 자신의 양기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반대로 여자는 음(陰)의 기운을 상징하며, 달이 뜨는 서쪽의 방위를 따릅니다.
따라서 음의 방위인 오른손을 위로 하여 음양의 조화를 맞추는 것입니다.
즉, 공수 자세는 단순히 손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남녀가 각자 타고난 우주의 기운을 손끝으로 표현하는 의식인 셈입니다.
3. 장례식장에서는 왜 반대가 될까?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장례식장에 문상을 가거나 제사를 지낼 때(흉사, 凶事)는 손의 위치가 평소와 정반대로 바뀝니다. 이때는 남자가 오른손, 여자가 왼손을 위로 하여 공수를 해야 합니다.
제사상차림 배치와 숟가락 방향의 비밀에서 다루었듯이, 죽음의 세계는 삶의 세계와 데칼코마니처럼 반대로 작동합니다.
설날 같은 기쁜 날(길사)에는 태양의 질서(양)를 따르지만,
슬픈 날(흉사)에는 그림자의 질서(음)가 지배하는 시공간이 됩니다.
따라서 삶의 질서가 뒤집히는 죽음 앞에서는 손의 위아래도 뒤집어, 망자에 대한 애도와 저승의 질서를 존중함을 표하는 것입니다.
4. 올바른 세배 하는 법
원리를 알았으니, 이제 몸으로 실천해 볼 차례입니다.

남자 세배 하는 법
- 공수: 왼손이 위로 가게 두 손을 포개어 잡고, 눈높이까지 올렸다가 내리며 허리를 굽힙니다.
- 무릎: 왼쪽 무릎을 먼저 꿇고, 그다음 오른쪽 무릎을 꿇어앉습니다. (일어날 때는 반대입니다.)
- 절: 팔꿈치를 바닥에 붙이고 이마를 손등 가까이 대며 절을 합니다.
- 기상: 머리를 들고 팔꿈치를 펴며, 오른쪽 무릎을 먼저 세우고 일어납니다.
여자 세배 하는 법
- 공수: 오른손이 위로 가게 두 손을 포개어 잡습니다.
- 손 위치: 손을 어깨높이만큼 올리고 시선은 손등을 봅니다. (평절 기준)
- 무릎: 왼쪽 무릎을 먼저 꿇고, 오른쪽 무릎을 꿇으며 천천히 앉습니다.
- 절: 윗몸을 45도 정도 굽혀 잠시 머물렀다가 일어납니다. 남자는 바닥에 머리를 대지만, 여자는 깊이 숙이지 않는 것이 전통 예법입니다.
형식 속에 담긴 존중
우리가 무심코 하는 1번의 절 속에는 당신의 삶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장수의 기원이 담겨 있고, 무심코 포개는 두 손에는 우주의 질서에 순응하겠다는 겸손한 철학이 숨어 있습니다.
세배는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닙니다. 내 몸을 통해 상대방을 우주적으로 존중하는 가장 아름다운 의식입니다.
이번 설날, 어른들께 세배를 올릴 때 단순히 오른손이 위였지? 하며 형식만 맞추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음양의 조화와 건강 기원의 뜻을 마음속으로 되새겨보시길 바랍니다. 가장 훌륭한 예절은 완벽한 손 위치가 아니라, 상대를 향한 공손한 마음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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