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한 달쯤 지나고 완연한 봄을 준비하는 2월 하순입니다. 이맘때면 사람들은 남은 한 해의 길흉화복을 점치기 위해, 혹은 답답한 현실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점집을 찾곤 합니다. 번화가 뒷골목이나 주택가를 걷다 보면 붉은 깃발과 함께 'OO보살', 'OO선녀', 'OO철학관' 등 다양한 형태의 간판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간판들을 그저 점집을 뜻하는 흔한 상호명 정도로 치부하며 문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문화인류학과 민속학의 렌즈를 끼고 보면, 이 간판들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운명 예측의 메커니즘과 점술가가 모시는 몸주신의 영적인 계급장을 밖으로 은밀하게 드러내는 기호입니다. 단순한 미신을 넘어, 이 명칭들 속에 숨겨진 동양 철학의 데이터베이스와 무속 신앙의 영적 서열을 파헤쳐 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