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버려졌던 일곱째 딸 '바리데기'는 어떻게 무속에서 가장 추앙받는 죽음의 신이 되었을까요? 고통받아본 자만이 타인의 슬픔을 온전히 껴안을 수 있다는 '상처 입은 치유자'의 원형, 바리데기 신화 속에 투영된 우리 민족의 집단적 해원(解冤) 메커니즘을 탐구합니다. 한국 무속의 수많은 신령 중 가장 서글프면서도 장엄한 서사를 지닌 존재를 꼽으라면 단연 '바리데기(바리공주)'입니다. 그녀는 모든 무당의 시조이자, 이승을 떠나 구천을 헤매는 망자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사후세계의 여신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출발은 화려한 신성이 아니었습니다. 아들을 간절히 원하던 오구대왕의 일곱째 딸로 태어나 '버려졌다'는 뜻의 '바리'라는 이름을 얻고 차가운 강물에 던져진, 철저하게 소외되고 부정당한 존재였습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