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신앙

가래떡의 흰색과 떡국 먹는 이유: 무병장수와 부활

주머니괴물 2026. 2. 17. 00:13

설날(2월 17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2월 15일 일요일, 집집마다 구수한 사골 국물 냄새와 떡을 썰어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설날 아침이면 우리는 의례적으로 떡국을 먹습니다.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아이들은 두 그릇을 비우기도 하고, 나이 먹기 싫은 어른들은 짐짓 숟가락을 놓기도 합니다.

 

떡국 먹는 이유

 

그런데 왜 하필 '떡'이고, 왜 하필 '국'일까요? 그리고 그 떡은 왜 눈처럼 '하얀색'이어야만 했을까요?

 

우리가 무심코 넘기는 떡국 한 그릇에는 고대의 태양 숭배 사상부터 무병장수, 그리고 재물을 기원하는 강력한 오컬트적 주술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단순한 명절 음식이 아니라, 운명을 바꾸는 성스러운 의식으로서의 떡국을 인문학적으로 해부해 봅니다.


1. '흰색' 떡의 의미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가래떡의 색깔입니다.

 

떡국 떡은 반드시 잡티 하나 없는 순백색이어야 합니다. 붉은 팥이나 쑥을 넣지 않은 흰 떡만을 사용하는 것에는 깊은 이유가 있습니다.

 

동양 사상에서 흰색은 단순한 색깔이 아닙니다. 그것은 태양이자, 세상의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의 근원을 상징합니다.

설날(구정)은 음력 1월 1일이지만, 역설적으로 '어둠(음)'이 물러가고 새로운 '태양(양)'이 솟아오르는 날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새해 첫날, 태양의 정기를 가장 많이 닮은 '희고 동그란 음식'을 먹음으로써, 내 몸안에 양기(陽氣)를 가득 채우려 했습니다. 즉, 떡국을 먹는 행위는 태양을 삼키는 주술인 셈입니다.

 

또한 흰색은 부활과 재생을 의미합니다.

 

묵은해의 때와 액운을 하얀 떡으로 씻어내고, 마치 갓 태어난 아기처럼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종교적 정화 의식'이 떡국 한 그릇에 담겨 있습니다.


2. 가래떡의 의미

방앗간에서 갓 뽑아낸 가래떡을 보신 적이 있나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떡이 끝도 없이 길게 늘어져 나옵니다. 떡국용 떡을 굳이 이렇게 길게 뽑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가래떡의 긴 모양은 무병장수를 상징합니다.

뚝뚝 끊어지는 모양이 아니라, 국수처럼 길게 이어지는 떡을 통해 "내 수명이, 우리 가족의 건강이 이 떡처럼 길게 이어지게 해달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것입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가래떡을 뽑을 때 중간에 끊어지면 불길하다고 여겼습니다.

최대한 길게 뽑아서, 그것을 칼로 썰어 먹는다는 것은 긴 생명력을 내 몸속으로 온전히 섭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설날 아침, 떡국을 먹는 것은 일종의 생명 연장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행위와도 같습니다.


3. '엽전 모양(Coin)' 떡의 의미

가래떡을 썰 때는 보통 어슷썰기를 많이 하지만, 본래 전통적인 방식은 동그란 원형으로 써는 것이었습니다. 길쭉한 가래떡을 동그랗게 썰어놓으면 무엇과 닮았을까요?

 

 

바로 옛날 화폐인 엽전입니다.

하얗고 동그란 떡은 마치 은화나 엽전 꾸러미처럼 보입니다.

 

즉, 떡국을 먹는 것은 새해에는 돈을 많이 벌게 해주십시오라는 재물 기원입니다. 재물을 상징하는 엽전 모양의 떡을 입안 가득 씹어 삼킴으로써, 다가올 한 해의 금전운이 내 몸과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떡국 그릇은 그 자체로 돈을 담은 그릇이 됩니다. 떡국 한 그릇을 비운다는 것은 엽전 한 꾸러미를 뱃속에 채우는 든든한 저축과도 같은 셈입니다.


4. 떡국을 먹는 이유

옛말에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 불렀습니다. "나이를 더하는 떡"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흔히 "떡국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을 가볍게 여기지만, 여기에는 '시간'을 대하는 조상들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과거에는 생일이 아니라 설날이 되면 전 국민이 동시에 한 살을 먹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탄생일보다 우주의 주기가 바뀌는 시점(설)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때 떡국은 나이를 먹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신성한 음식(떡국)을 섭취하는 의식을 치러야만 비로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한 살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떡국을 먹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것은, 우주의 질서에 편입되기를 거부하는 것이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성숙해지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떡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회적 자격을 갱신하는 신분증과도 같은 음식이었습니다.


5. 떡국 국물의 의미

마지막으로 떡국의 국물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소고기 사골 국물을 주로 쓰지만, 예전에는 꿩으로 국물을 냈습니다.

 

 

꿩은 하늘을 나는 새로서 천상(하늘/양)의 기운을 상징하는 귀한 식재료였습니다. 새해 첫날 하늘의 기운을 받기에 꿩만 한 것이 없었지요. 하지만 꿩은 잡기가 매우 어렵고 귀했습니다.

 

그래서 서민들은 꿩과 비슷한 날짐승이면서 집에서 기르는 닭으로 국물을 냈습니다.

여기서 나온 속담이 바로 꿩 대신 닭입니다. 비록 하늘을 나는 꿩은 아니지만, 새벽을 알리는(어둠을 쫓는) 닭 또한 양기의 상징이기에 떡국 국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떡국은 우주를 담은 그릇이다

이제 떡국 한 그릇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으실 겁니다.

  • 흰색: 태양과 부활 (오컬트적 정화)
  • 긴 떡: 무병장수 (생명 연장)
  • 썰은 떡: 엽전과 재물 (금전운)
  • 국물: 하늘과 땅의 양기 (에너지 충전)

우리가 설날 아침에 마주할 떡국은 이 모든 우주적 기원과 욕망이 압축된 완전식품입니다.

 

다가오는 2월 17일 설날 아침, 가족들과 둘러앉아 떡국을 드실 때는 단순히 "맛있다"고만 생각하지 마세요. 하얀 떡 하나를 입에 넣을 때마다 나는 지금 태양을 삼키고 있다, 나는 지금 재물을 삼키고 있다고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음식에 담긴 뜻을 알고 먹을 때, 그 음식은 단순한 영양소가 아니라 운명을 바꾸는 강력한 힘이 되어 우리 몸속에 흐르게 될 것입니다. 새해,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의 그릇에 태양처럼 밝은 복이 가득 담기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