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 끝난 텅 빈 새집, 가장 먼저 들여야 할 것은 가구가 아닌 ‘솥’이었습니다. 쑥을 태워 연기를 채우고 솥단지를 안방에 안치하는 행위 속에 담긴 주술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전 거주자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터전의 주인임을 선포하는 ‘영적 영토권 주장’의 인류학을 심도 있게 해부합니다. 현대인들에게 이사란 부동산 계약의 완료와 포장 이삿짐의 운반이라는 물리적 이동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에게 이사란 전혀 다른 차원의 사건이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가 머물렀던, 혹은 비어있던 영적인 공백'을 내 가족의 운명적 터전으로 치환하는 영토권 점유의 과정이었습니다. 텅 빈 새집에 발을 들이기 전, 조상들이 수행했던 기이한 의식들이 있습니다. 집안 구석구석 매캐한 쑥 연기를 채우고, 값비싼 가구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