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신앙

[K-오컬트] '퇴마록'부터 '파묘'까지 콘텐츠 가이드

주머니괴물 2026. 1. 21. 23:56

한국형 오컬트의 모든 것! 전설의 소설 <퇴마록>부터 천만 영화 <파묘>, 드라마 <손 the guest>까지. 영화, 드라마, 웹툰, 소설을 아우르는 K-오컬트 명작들을 4가지 테마로 정리했습니다. 무속 덕후가 엄선한 필수 콘텐츠 가이드입니다.

 

오컬트물

 

여러분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전설의 고향을 이불 쓰고 볼 정도로 무속과 오컬트 장르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비주류 장르 취급을 받던 오컬트가 이제는 영화 <곡성>과 <파묘>를 기점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한국 대중문화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서양의 엑소시즘과는 다른, 우리 민족 특유의 '한(恨)'과 굿판의 에너지가 폭발할 때 느껴지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K-오컬트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동안 섭렵해 온 영화, 드라마, 웹툰, 소설 속 무속 세계관을 총망라하여 4가지 테마로 정리해 드립니다.


 

1. 전설의 시작: 한국형 판타지의 원형 (소설/웹툰)

모든 세계관에는 뿌리가 있는 법입니다. 우리가 지금 즐기는 K-오컬트의 기초를 닦은 기념비적인 작품들입니다.

[소설] 퇴마록 (이우혁)

  • 한 줄 평: "한국 오컬트 역사는 퇴마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 내용: 국내편, 세계편, 혼세편, 말세편으로 이어지는 방대한 대서사시. 무속, 기공, 가톨릭, 불교가 융합된 한국형 판타지의 효시입니다. 현암, 박신부, 준후, 승희 등 캐릭터의 조합은 지금 봐도 완벽합니다.

특히 최근에 퇴마록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와서 꽤 호평을 받았는데, 역시 클래식은 영원한 법입니다. 제가 가장 처음 읽었던 오컬트 콘텐츠이자, 제가 오컬트 덕후가 되도록 만든 시작점입니다.

무속, 오컬트물을 좋아하신다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죠.

[웹툰] 신과함께 (주호민)

  • 한 줄 평: "한국인의 저승관을 '드라마'로 재해석한 명작."
  • 내용: 영화로도 천만을 찍었지만, 원작 웹툰의 디테일은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제주도 신화와 10대 지옥, 차사(저승사자)의 개념을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린 교과서 같은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그림체가 다소 취향에 맞지 않아서 읽기를 망설였는데, 읽기 시작하니 내용이 너무 알차고 재미있었습니다.

영화로까지 만들어져서 이젠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작품이지만 원작 웹툰은 무속적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그려낸 면이 있어서 영화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웹툰] 바리공주 (김나임)

웹툰 [바리공주]

 

  • 한 줄 평: "무당의 조상, 바리데기 신화의 가장 아름다운 재해석."
  • 내용: 무속 신화의 핵심인 '바리공주' 설화를 기반으로 합니다. 버림받은 공주가 무당이 되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 무속의 기원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복식까지도 고증을 잘 해서 더 재밌게 봤습니다. 조선초기 한복의 실루엣과 디테일, 그리고 다양한 머리모양까지 잘 살렸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무속적 세계관과 무신(巫神)들의 신화를 접하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2. 리얼리즘 샤머니즘: 가장 한국적인 공포 (영화/드라마)

무속의 본질인 굿, 빙의, 토속 신앙을 가장 사실적이고 섬뜩하게 그려낸 작품들입니다.

[영화] 곡성 (나홍진)

  • 핵심 키워드: 굿판의 에너지, 의심, 뭣이 중헌디
  • 감상 포인트: 일광(황정민)이 살을 날리는 굿 장면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시퀀스입니다. 실제 무속인들도 혀를 내둘렀다는 고증과 연출이 백미입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무속 세계관보다는 굿 그 자체의 고증과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파묘 (장재현)

  • 핵심 키워드: 풍수지리, 장례, 전문직 무당
  • 감상 포인트: "무당이 힙(Hip)하다."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컨버스를 신고 굿을 합니다. '대살굿'과 '도깨비놀이' 등 무속 의례를 스타일리시한 액션처럼 풀어내며 대중성을 확보했습니다.

말이 필요없는 명작이죠.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시리즈는 지금도 종종 정주행하는 저의 최애 작품들입니다.

[드라마] 악귀 (김은희 작가)

드라마 [악귀]

 

  • 핵심 키워드: 태자귀, 붉은 댕기, 민속학
  • 감상 포인트: 민속학 교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염매'나 '장승' 같은 민속학적 소재를 스릴러로 엮어냈습니다.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의 욕망이라는 주제 의식이 돋보입니다.

드라마 [악귀]는 민속학적 소재를 다뤄서 더 좋았습니다. 귀신이 직접적으로 나와서 좀 무섭기도 하지만 그만큼 흥미진진하고 너무 재밌게 본 작품이에요.

[드라마] 방법

  • 핵심 키워드: 저주, 방법사, 이누가미
  • 감상 포인트: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사람을 죽이는 저주의 주술 '방법'을 소재로 합니다. 토속적인 저주가 도시의 권력과 만났을 때의 공포를 다룹니다.

드물게도 '저주'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흔치 않은 소재라서 소재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었습니다.


3. 크로스오버 엑소시즘: 사제와 무당의 공조 (영화/드라마)

서양의 가톨릭 구마 의식(Exorcism)과 동양의 무속이 만났습니다. 성수와 부적, 라틴어 기도문과 징 소리가 섞일 때 오는 쾌감이 있습니다.

[드라마] 손 the guest (OCN)

  • 덕후의 원픽: "한국형 엑소시즘 드라마의 마스터피스."
  • 내용: 영매(무당), 사제, 형사가 협력하여 '박일도'라는 큰 귀신(손)을 쫓습니다. 무속의 토속적 공포와 구마 사제의 희생정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이 작가진이 쓴 차기작 <동궁>도 기대 중입니다.

오컬트 드라마 중에서 저의 최애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블루레이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인데요. 한국 무속과 카톨릭 구마를 함께 다뤘고, 주인공 3인의 합이 특히 돋보이는 스토리입니다.

[영화] 검은 사제들 

  • 내용: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구마 의식. 강동원과 김윤석의 사제복 핏만큼이나 한국적 상황에 녹여낸 엑소시즘 연출이 세련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시리스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강동원 배우의 후광 논란으로도 유명하죠. 당시에는 흔치 않던 구마사제를 소재로 한 영화라서 정말 재미있게 봤고, 요즘도 종종 정주행합니다.

[영화] 사바하

영화 [사바하]

 

  • 내용: 불교의 밀교와 기독교 이단 문제를 엮은 미스터리 추적극. '신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종교적 상징을 해석하는 재미가 탁월합니다.

이것도 역시 장재현 감독의 작품이죠. 검은사제들과는 다르게 불교의 밀교를 다루고, 구원자, 메시아와 같은 존재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드라마] 프리스트

  • 내용: 병원을 배경으로 한 메디컬 엑소시즘. 과학(의학)과 비과학(구마)의 공조를 다룹니다.

이 작품은 메디컬과 엑소시즘을 결합했는데, 의학 드라마도 좋아하고, 오컬트도 좋아하는 저로썬 소재가 워낙 취향에 맞아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4. 현대적 퓨전: 일상 속의 히어로 (드라마/웹소설)

이제 귀신 잡기는 더 이상 공포가 아닙니다. 현대 사회의 직장 생활이나 액션 히어로물처럼 유쾌하게 변주되고 있습니다.

[드라마/웹툰] 경이로운 소문

  • 설정: 국숫집 직원들이 알고 보니 악귀 사냥꾼?
  • 특징: '융(저승)'과 땅을 오가는 카운터들의 활약. 무속적 세계관을 히어로물 문법으로 완벽하게 치환하여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도 신과함께나 쌍갑포차처럼 웹툰이 원작인데, 이건 드라마를 먼저 봐서 인지, 개인적으로 웹툰보다는 드라마가 더 재밌었습니다.

[드라마/웹툰] 쌍갑포차

웹툰 [쌍갑포차]

 

  • 설정: 꿈속에 들어가 한을 풀어주는 포장마차 이모님.
  • 특징: 무속의 핵심인 '해원(한을 품)'을 현대인들의 고민 상담으로 풀어냈습니다. 따뜻한 위로가 있는 힐링 오컬트입니다.

쌍갑포차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드라마도 제작되었는데, 웹툰은 아직 연재중입니다. 드라마는 웹툰의 기본 설정만 가져오고 전체적으로 각색이 많이 되어서 사실상 다른 작품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저는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웹툰은 웹툰대로 좋아하는데요. 특히 웹툰은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삶과 그 속에 많은 신들의 도움을 그려서,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웹소설] 현대물 (귀령/회사원이 퇴마를 잘함 / 강남 퇴마사 등)

웹소설 [귀령]

 

  • 트렌드: 최근 웹소설에서는 무당이나 퇴마사가 전문직이나 직장인처럼 묘사됩니다. 주식 투자를 하듯 영혼을 다루거나, 강남 한복판에서 세련된 오피스를 차리고 퇴마를 합니다. MZ세대가 소비하는 무속의 이미지를 잘 보여줍니다.

예전의 퇴마록보다는 좀 더 가벼운 문법으로 무속이나, 퇴마를 소설 속에서 다루는데, 이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좀 더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요즘 독서 트렌드에 맞춰서 무속을 녹여내서 접근성을 많이 낮췄습니다. [회사원이 퇴마를 잘함]은 아직 연재중인 작품인데, 제목은 굉장히 요즘 웹소설 스타일인데 비해 내용은 생각보다 진지하고 재미있습니다.


<퇴마록>의 현암이 월향검을 휘드르던 시절부터, <파묘>의 화림이 컨버스를 신고 굿을 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무속 콘텐츠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무속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 맺힌 감정을 풀어내는 거대한 이야기의 보물창고(Storytelling Source)입니다.

 

앞으로 넷플릭스 <동궁> 등 새로운 기대작들이 대기하고 있는데요. 여러분의 '인생 오컬트' 작품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추천해 주시면 저도 꼭 챙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