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2

내림굿에 담긴 영적 혼인의 인류학

원인 모를 고통으로 육신을 부수던 '신병(神病)'의 끝에는 신(神)과의 숭고한 결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의 몸을 신의 신전으로 바치고 영원한 반려자가 될 것을 맹세하는 무속의 영적 혼인 예식, '내림굿'의 인류학적 의미를 해부합니다. 신이 선택한 인간은 철저하게 부서져야만 합니다. 앞서 다루었던 무당을 빚어내는 '신병(神病)'에 대한 글에서 살펴보았듯, 뼈를 깎는 고통과 환각은 인간의 세속적 자아를 도륙하고 육신을 '텅 빈 그릇(영매)'으로 비워내는 무자비한 해체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무당의 탄생은 파괴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산산조각 난 인간의 질서가 신의 질서로 완벽하게 재조립되는 부활의 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핏빛 서사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시작이 바로 '내림굿'입니다. 종교 인..

무당을 빚어내는 '신병(神病)'의 잔혹한 인류학

원인 모를 육체의 고통과 환청, 환각. 현대 의학이 광기(狂氣)로 규정하는 '신병(神病)'은 무속의 세계관에서 인간의 자아를 철저히 파괴하고 신(神)의 목소리를 담는 영매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잔혹하고도 성스러운 통과의례입니다. 평범한 인간이 무당으로 빚어지는 핏빛 심연을 인류학적으로 해부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원인 모를 통증으로 찢어질 듯 아파옵니다. 밥 한 숟갈 넘기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밤낮없이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맴돌고 허공에서 낯선 형상들이 아른거립니다. 병원을 전전하며 온갖 검사를 받아도 결과는 '신경성' 혹은 '원인 불명'. 현대 정신의학은 이를 조현병이나 극심한 해리성 장애(광기)로 진단하지만, 증상은 치유되지 않고 인간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웁니다. 이 끔찍한 파괴의 과정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