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에게 '몸주'란 무엇일까요? 내림굿을 통해 맺어지는 수호신과의 관계, 그리고 장군신, 조상신, 동자신 등 한국 무속신앙 속 다양한 신령들의 특징과 역할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무당을 흔히 '신과 인간의 매개자'라고 합니다. 하지만 무당 혼자서 그 엄청난 영적인 일을 감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당의 뒤에는 항상 그를 지키고 이끄는 든든한 영적 파트너, 몸주(몸주신)가 존재합니다.
몸주는 무당에게 내린 신들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되는 수호신으로, 내림굿을 통해서 받습니다. 무당은 이렇게 받은 몸주신을 평생 모시며 몸주신으로부터 영력을 받아 점을 치고, 굿을 하고, 미래를 예언합니다. 즉, 무당의 능력은 전적으로 이 몸주와의 관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은 무당의 영원한 동반자인 몸주신과, 무속 신앙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신들의 면면을 살펴보겠습니다.
몸주신이란?
몸주신은 무당이 원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고를 수 없습니다. 대부분 내림굿을 하는 과정에서 무당에게 내린 여러 신령 중 가장 강력하게 감응하는 신이 몸주로 결정됩니다. 또는 내림굿을 하기 전에 꿈에 나타나거나(현몽) 우연히 신물을 얻는 과정 등으로 이미 몸주신이 정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당마다 모주신이 제각각인데요. 몸주신으로는 산신을 모시기도 하고, 대신할아버지, 조상신, 동자신 등 특별히 정해진 신이 없이 무당마다 다른 신을 모시게 됩니다. "대신할머니가 왔다", "장군님이 오셨다"라는 말은 바로 자신의 몸주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입니다.
무신의 종류와 특징
무당이 모시는 신령을 무신(巫神)이라고도 하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세 가지 유형을 알아보겠습니다.
장군신

사람이 무신의 위치에 올려진 대표적인 예로는 최영 장군, 임경업 장군 등 원한을 품고 죽은 장군들의 영이 있습니다.
죽은 무장의 영은 군웅(軍雄)이라고 해서 소속과 기능에 따라 상산별 장군, 사살군웅, 사신군웅, 군웅대신 등으로도 불립니다.
우리나라 무속에서 장군신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무당은 대부분 여성들이 맡아 왔는데 장군신은 용맹함과 남성성을 지니고 있으며, 강력한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작두타기 같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이 필요한 의식은 장군신을 모신 무당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전설에도 장군이 마을사람의 꿈에 나타나서 마을을 휩쓰는 역병의 이유를 설명하고 그 치료방법을 알려주었다는 이야기 등 장군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 내려 옵니다.
조상신
한국 무속신앙의 가장 큰 특징은 조상 숭배가 깊게 깔려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부터 무속에서는 조상거리 등을 통해서 조상과의 감정어린 대화의 형태로 조상숭배가 유지되어 왔습니다.
굿판에서 조상신을 강신시킨 무당은 조상의 말투와 몸짓을 그대로 재연합니다. 무당을 통해 제가댁(굿판 의뢰인)은 조상의 따뜻한 위로 아래서 울고 푸념하면서 실컷 한을 풀고 원망하다가 마지막에는 화해하게 됩니다.
동자신
동자신은 보통 7세 미만의 어린이 영이 신격을 지니게 된 것으로, 점을 치거나 굿을 할 때 신력을 발휘합니다. 미혼 소녀의 영은 각시 또는 손각씨라고 부르고, 특히 천연두로 죽은 여자아이의 영은 태주 또는 태자귀라고 부릅니다.
신 중에서는 저승 삼차사 중 하나 인 강림도령 또한 동자신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어린이의 초자연적인 능력, 신성성, 지혜, 투시력, 인도자의 기능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동자신에 대한 믿음이 비교적 강한 편입니다.
어린이를 비상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간주하고 이에 따라 제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나라 민속신앙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일본이나 중국의 민간신앙에서도 어린이는 조상신의 대리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아이를 신주(神主), 정령의 대리인으로 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서인지, 몇 년 전 방영했던 드라마 [악귀]에서는 한 무당이 강한 신력을 위해 어린 여자아이를 강제로 태자귀로 만드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영남지방에서는 굿은 하지 않고 신을 받은 상태에서 점을 치는 것을 주로 하는 무당을 '명두'라고도 부릅니다. 그리고 어린이의 넋은 신자(神者)의 수호신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무당과 몸주의 관계
무당과 몸주신의 관계는 신령과 제자의 관계, 혹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인 고(故) 김금화 만신은 생전에 무당에게 있어 몸주신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신령님은 진정으로 제자인 우리를 아끼고 사랑한다. 우리가 세상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도와준다. ... 너의 힘으로 안 되는 일은 신령님께 빌고 의지해라. 신령님의 크신 능력은 우리 조무래기 무당에 비할 바가 아니니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바치면 절대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실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신령님에게 묶여 있는 우리(강신무)보다는 (세습무가) 자유로울 것이라고, 평생을 신에게 갇혀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이처럼 무당에게 몸주는 두려운 숭배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영적 보호자 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몸에 깃든 신, 그리고 그 신을 의지해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독특한 관계가 바로 한국 무속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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