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신앙

복숭아나무 가지(桃枝)의 무속적 비밀

주머니괴물 2026. 1. 20. 17:35

한국 무속에서 귀신을 쫓을 때 왜 하필 '복숭아나무 가지'를 쓸까요? 동쪽으로 뻗은 도지(桃枝)에 담긴 양기(陽氣)와 중국 신화 속 불로장생의 의미, 그리고 역사 기록과 세계 각국의 복숭아 주술 문화를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파헤칩니다.

 

복숭아나무 가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금기가 있습니다.

 

"제사상에는 절대 복숭아를 올리면 안 된다." 조상님을 모시는 상에 제철 과일인 복숭아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간 속설에 따르면, 복숭아의 힘이 너무 강력하여 조상신조차 가까이 오지 못하게 쫓아버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복숭아나무에 어떤 힘이 있길래 귀신을 쫓는 최고의 무기가 되었을까요? 오늘은 한국 무속과 민속학에서 퇴마의 만능열쇠로 통하는 복숭아나무 가지, 즉 도지(桃枝)의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복숭아의 양의 기운

왜 한국 무속에서는 귀신을 쫓을 때 복숭아나무 가지를 사용할까요?

한국민간에서 복숭아 가지를 주술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중국의 풍습과 유사합니다. 중국에서 복숭아는 오목(五木)의 정(精)으로 사기(邪氣)를 누르고 귀신을 베어 버리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복숭아나무 가지로 때리는 것은 양으로 음을 다스리는 것과 같다고여겼습니다.

 

민간에서 동쪽으로 난 복숭아 가지를 즐겨 사용한 이유로, '복숭아'가 봄의 태양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먼저 피기 때문에 생기가 가득 차 있고, 특히 동남쪽으로 난 가지는 가장 양기를 많이 받기 때문에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복숭아가지


불로장생의 열매

서왕모의 선과

복숭아나무는 북중국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주술적 수단으로 애용되어 왔습니다. 중국 신화에 의하면 복숭아나무는 서오아보의 탄생일에 불로불사의 선인들이 모이는 요지(瑤池)에 있으며 불로장생의 능력을 주는 과실 중 하나입니다. 3천년에 한 번 싹이 트며 그 뒤 3천 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 신목인 것입니다. 또한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산꼭대기에 있고, 그 열매를 먹으면 몸이 가벼워져 하늘을 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합니다.

 

복숭아는 선과(仙果)로서 도가에서는 생명수의 주성분으로 여겨졌으며, 불로장생의 성인은 도과에서 나온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복숭아 모양으로 조각된 돌은 어린이를 죽음으로부터 보호하는 부적으로 사용되었고, 새해에 복숭아꽃을 문가에 뿌리면 모든 종류의 사악한 귀신을 물리친다고 믿었습니다.

 

복숭아 꽃

 

복숭아 나무 아래의 두 신

중국 고서에서에 따르면 복숭아에는 춘양(春陽)의 생기가 있어 귀신이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자세히는, 복숭아나무 아래에는 백귀를 구분하는 '신도(新茶)'와 '울루(鬱壘)'라는 두 형제 신이 있는데, 귀신들은 이 두 신을 무서워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복숭아나무를 귀신이 두려워한다고 전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복숭아 가지는 축사(逐邪力)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도사들은 복숭아가지로 인장을 만들어 부적을 만들 때 사용하였고 또한 열귀를 내쫓는 힘이 있다고 하여 열병 환자에게도 사용되었습니다. 중국 주나라 시대에는 궁중에서 복숭아나무를 휘둘러 악귀를 내쫓았는데, 이러한 내용은 중국 민담에도 나타납니다. 


역사 기록 속의 복숭아

귀신 쫓는 복숭아

 

복숭아의 치료적인 기능은 한국의 무속 이외에도 민간설화 속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삼국유사]에는 아유타국의 공주가 수로왕의 배필이 되고자 바다를 건너로 때 가지고 온 세 가지 선물 중의 하나가 하늘에서 얻어온 복숭아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신라 서악(西岳)은 선도산(仙桃山)이라 불리고 신모(神母)가 오래 살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국사기]에는 이변의 하나로 10월에 복숭아와 살구꽃이 피었다는 기록들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세종 2년에는 대비의 병이 불승(佛僧)의 기도만으로 낫지 않자 왕이 도류승(道流僧)을 모다 도지정근(桃枝精勤)하게 하였습니다. 한 번은 몸소 복숭아 가지를 잡고 성을 다하여 종일 기도했으나 효험이 없었다는 기록이 있고, 연산군 12년에는 축역용 복숭아를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또한 복숭아는 봄과 다산, 결혼의 상징이며 여성원리, 신부의 표지였습니다. 그리고 액을 물리치는 꽃이기도 합니다.


세계 속의 복숭아 주술

복숭아나무의 신성력과 주력에 대한 관념은 중국에서 기원하였으며, 그것이 한국, 일본 기타 등지로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복숭아에 대한 이러한 관념들이 중국 인접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복숭아 열매

 

대만

대만에서도 무속에서 복숭아가지를 사용하였습니다. 아모이(Amoy) 지방에서는 따뜻한 이른 봄날에 광란발작이 생기면 도화귀(桃花鬼)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사람을 복숭아나무 가지로 때리면 그 사람은 광란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영국

복숭아는 세계 각지에서 보편적으로 점복의 도구로 높이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영국 북부에서는 복숭아나무의 잎사귀가 일찍 떨어지면 가축에 전염병이 돈다고 했습니다. 

 

북미 인디언

주니(Zuni) 인디언들은 도원을 지키는 무서운 사람을 믿었으며 푸에블로(Pueblo) 인디언들은 복숭아를 먹으면 불에 데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바호 인디언들은 마른 복숭아를 차제로 썼습니다.

 

이탈리아

이탈리아에서는 복숭아 잎을 묻으면 사마귀를 없앨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복숭아는 봄, 빛, 열, 생명력, 여성적인 출산성, 천상성, 그리고 영원성과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어둠과 광란, 시간적 제약성과 질병을 제거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경우에 따라 신화에서의 치료신의 이중적인 성격처럼 광란을 주는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이렇게 불로장생이나 세계 축으로서의 복숭아나무는 아니더라도, 복숭아의 치료적 주술 능력에 관한 관념이 자른 지역에서도 널리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복숭아나무, 복숭아 가지, 복숭아 잎, 복숭아 과일 등이 가지고 있을 화학적 성분의 작용을 참고로 하더라도 복숭아가지에 마력이 있다고 간주한 관념에는 세계적으로 공통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복숭아의 의학적 사용에는 경험적인 면과 주술적인 면, 생리적인 면과 심리적인 면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